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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이야기

오후내내 2023. 2. 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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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이란 무엇이고 빵을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할까?

 

 
글루텐이란 밀, 호밀과 보리 등의 곡물에 포함된 단백질의 일종이다. 밀의 주요 단백질인 글루테닌과 글루아딘이 물과 만나 그물망의 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글루텐이다. 글루텐을 구성하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은 모두 단백질이지만 성질이 크게 다르다. 글루테닌은 탄력이 있기 때문에 글루텐에 경도를 부여한다. 글리아딘은 점성이 있기 때문에 뻗어나가는 힘을 만들어 신장성에 영향을 준다. 이 2개가 물과 결합해서 만들어진 글루텐 그물은 점성과 탄력성을 가지고 있게 된다. 그리고 이 2개의 단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곡물은 밀가루뿐이다. 빵 만들기에 글루텐은 필수요소이고 글루텐이란 밀가루 특유의 단백질이다.

 

 
글루텐이 있기 때문에 빵이 부풀어 오른다. 글루텐의 그물망 구조는 늘어나면서 복잡하게 얽힐수록 탄력이 늘어나게 된다. 반죽을 믹싱하는 과정에서 반죽에 들어간 공기와 1차 발효, 벤치 타임, 2차 발효(최종 발효)를 통해 글루텐의 그물망 구조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얽히는 작업을 반복한다. 반죽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가스를 글루텐 그물망 속에 가두고 반죽을 부풀게 한다. 이스트가 발효되어 발생하는 탄산 가스를 가두는 글루텐이 없으면 빵이 부풀지 않는다. 빵을 부풀리는 데는 글루텐의 힘과 이스트의 발효력 사이의 연결과 균형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반죽을 믹싱할 때 글루텐을 확실하게 만들고, 그 후의 공정에서 글루텐의 탄력성과 신전성을 기르고 굽기까지 연결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루텐은 반죽을 믹싱하는 과정에서 받는 물리적 힘에 의해 형성된다. 그 후의 공정에서도 글루텐의 결합은 조정할 수 있지만 우선 반죽 믹싱 과정에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루텐의 결합 상태는 반죽을 믹싱할수록 변화해 간다. 믹싱 초기에는 글루텐의 연결이 약하기 때문에 반죽을 만지면 탄력이 없고 뚝 끊어지는 질감이다. 그러나 반죽할수록 글루텐 덩어리들이 점점 풀리고 늘어나고 얽히면서 얇은 막이 형성된다. 믹싱 후에 글루텐 막을 확인하는 것을 '윈도우 테스트'라고 부른다. 식빵이나 단과자빵 같이 폭식한 식감의 빵들은 얇고 뒤가 비치는 정도의 막을 형성할 때까지 반죽한다. 이렇게 만들고 싶은 빵의 특성에 따라 믹싱의 시간을 조절해 적절한 글루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믹싱이 지나쳐서 오버 믹싱이 된 경우에는 글루텐 구조가 너무 늘어나 반죽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반죽이 늘어나긴 하지만 특히 글리아딘의 점성이 높아져 끈적거리는 반죽이 된다. 믹싱 시간이 오래되면 마찰열로 인해 반죽 온도가 올라가고 단백질 성분이 응고를 일으켜 풀처럼 변하는 성질 때문이다.
 

 

믹싱으로 형성된 글루텐은 1차 발효와 펀치, 분할과 둥글리기, 벤치 타임, 성형, 그리고 최종 발효 등의 공정을 거쳐 강화되어 간다. 이러한 공정 과정을 통해 글루텐을 늘리고 얽히는 작업을 반복해 나간다. 믹싱 후에 먼저 1차 발효를 진행한다. 이스트가 활동하면서 생기는 탄산 가스가 점점 반죽 속에 늘어나고 글루텐 그물망 사이에 쌓여간다. 그렇게 쌓인 기포들의 내압이 높아져 글루텐의 그물망이 밀려 가늘게 늘어나면서 얽혀간다. 글루텐은 늘어나고 얽히면 얽힐수록 그물망이 섬세해지고 반죽의 탄력은 증가한다.
 

 

1차 발효 도중에 펀치를 하거나, 1차 발효 완료 후에 분할하고 둥글리기, 또 성형하면서 반죽을 접거나 자르거나 둥글리는 것으로 글루텐에 감싸져 있는 기포들을 빼내고 글루텐의 결합을 강화한다. 중간에 벤치 타임을 통해 강화된 글루텐을 다시 풀어주고 또 성형을 통해 그물망을 얽혀내고 마지막 발효로 느슨하게 만든다. 그렇게 부풀어 오른 반죽에 열을 가하면 글루텐이 응고되어 단단해지면서 빵이 무너지지 않게 구조를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는 빵을 식혀도 그대로 유지된다.
 

 

글루텐의 상태가 곧 빵의 식감이 된다. 믹싱에서 최종 발효까지 글루텐은 점점 강화된다. 그럼 글루텐의 신장 상태나 얽힌 상태는 구워낸 빵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글루텐은 빵의 식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식빵이나 단과자빵류의 빵 반죽은 단백질의 양이 많은 강력분을 이용하여 얇은 막이 생길 때까지 믹싱한다. 그 후의 공정들을 통해 글루텐은 조밀하게 결합해나간다. 구워진 빵의 단면을 잘라보면 오밀조밀한 기포가 많아 빵이 폭신폭신하고, 크러스트가 얇고 속은 부드럽다.
 

 

한편, 바게트와 같은 하드 계열의 빵은 중력분 또는 통밀을 사용하고 믹싱은 글루텐 막이 너무 얇지 않고 균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료한다. 그 때문에 충분히 발효시키고 분할이나 성형 시에 큰 가스를 확실하게 빼주어야 한다.
 

 

또한 같은 재료로 빵을 만들어도 글루텐의 탄력성이 다르면 완성도에도 차이가 있다. 믹싱이 부족하면 글루텐의 탄력도 약하기 때문에 이스트가 탄산가스를 생성해도 유지할 수 없어서 부풀기가 어렵고 작고 단단한 빵으로 완성된다. 반면 과다한 믹싱으로 생성된 글루텐은 구울 때의 가스 팽창을 견디지 못해 역시 부피가 작게 완성된다. 이렇게 글루텐의 상태를 조정하는 것으로 빵의 식감을 결정할 수 있다. 빵의 맛은 풍미와 컬러 등 종합적인 요소로 느껴지지만, 만드는 빵의 특성에 따라 글루텐을 적절하게 만들어 맛있는 빵을 완성하는 것이 좋겠다.
 

 

밀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각각 고유한 글루텐 함량을 가지고 있다. 글루텐 함량이 가장 높은 밀로 만든 밀가루를 강력분이라고 부르며 강력분은 빵과 같이 쫄깃한 식감을 가지는 식품을 만드는데 주로 쓰인다. 밀가루 중 글루텐이 가장 적은 것은 박력분이며 과자처럼 바삭한 식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다용도 밀가루로 알려진 중력분은 약 12%의 중간 정도의 글루텐 함량을 가지고 있으며 빵과 과자, 면 등을 만드는데 폭넓게 쓰인다. 정리하면 빵을 만드는 데는 강력분이나 중력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글루텐이 없다면 빵은 모양을 유지하기 힘들다. 밀 속의 글루텐이 반죽 믹싱의 과정을 통해 늘어나고 효모에 의해 팽창된다. 글루텐 단백질은 계란을 익혔을 때 굳는 것과 같이 가열하면 굳는다. 이 글루텐의 경화는 빵이 모양을 유지하고 단단한 질감을 갖도록 한다. 밀의 글루텐은 믹싱을 오래 할수록 발달하는데, 케이크나 과자류의 반죽은 빵 반죽에 비해 반죽 시간을 짧게 가지는 이유이다. 빵을 만드는데 지방은 글루텐 발달 과정을 방해한다. 쿠키에는 빵보다 버터가 훨씬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서지는 성질을 가진다. 지방 분자가 글루텐 그물을 감싸 글루텐 그물이 팽창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브리오슈처럼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빵은 반죽 시간도 더 길어지고 발효 시간 또한 오래 걸린다.
 

 

이처럼 글루텐은 빵의 구조와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빵의 폭신폭신한 식감과 파스타나 우동의 쫄깃한 식감은 모두 글루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루텐이 없으면 빵을 부풀리기 어렵다. 호밀이나 옥수숫가루는 글루텐이 부족하기 때문에 옥수수빵에는 옥수숫가루와 밀가루가 동량 들어가거나, 호밀빵에는 호밀보다 밀가루가 더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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